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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일 (내적 동기, 회피 불안, 현실 직면)

by luckyworld2727 2026. 6. 23.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원래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점령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서 여러 곳에 지원했는데 번번이 고배를 마셨고, 결국 돈이 급하다는 이유로 전혀 다른 곳에 취직했습니다. 처음엔 월급이 두둑하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6개월도 안 돼서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하고 있는 일 사이의 간극, 그게 생각보다 훨씬 무겁더라고요.

내적 동기가 없으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저 솔직히 1년을 버티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습니다. 출근 자체가 억지가 되고, 일을 잘 해내도 아무런 성취감이 없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이건 중피질 회로(mesolimbic pathway)의 도파민 분비 문제입니다. 중피질 회로란 뇌의 보상 시스템을 담당하는 신경 경로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할 때 활성화되어 동기와 만족감을 만들어냅니다. 이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란 외부 보상이 아니라 일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과 의미감으로 움직이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월급이나 타인의 인정 같은 외적 보상만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그 보상이 사라지거나 익숙해지는 순간 동력을 잃게 됩니다. 제가 딱 그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높은 월급이 동기였는데, 그게 당연해진 순간부터는 아무것도 저를 끌어당기지 못했습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고통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납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힘든 상황에서도 그 고통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내재적으로 동기 부여된 사람은 외재적 동기에 의존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몰입도와 지속성을 보입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내적 동기가 중요한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부 보상이 없어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 어려운 과정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키운다
  • 일 자체에서 성취감을 얻기 때문에 장기적인 커리어 지속성이 높아진다

왜 시도조차 못 하는 걸까 — 회피 불안의 정체

디저트 일에 계속 도전하지 못하고 다른 길로 빠졌을 때, 저는 그걸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합리화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게 회피였습니다. 또 떨어지면 어떡하나, 나는 역시 안 되나 봐, 이런 생각들이 도전을 막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회피 불안(avoidance anxiety)이란 실패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예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심리적 반응입니다. 이게 무서운 이유는 행동을 안 하면서도 자존심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할 수 있는데 지금 안 하고 있는 것뿐이야"라는 생각으로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거죠. 하지만 이 상태가 길어지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생길 기회 자체를 차단해 버립니다. 경험이 없으니 새로운 욕구도 생기지 않고, 결국 뭘 하고 싶은지도 점점 흐릿해집니다.

회피 불안이 높아지는 원인은 보통 과거의 반복된 지적이나 비교 경험에서 옵니다. 처음 시도했을 때 결과보다 과정의 실수를 먼저 지적받았던 경험이 쌓이면, 뇌는 시도 자체를 위험 신호로 인식합니다. 이를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반복된 실패 경험으로 인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믿게 되는 심리 상태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이 제시한 개념으로, 단순한 의지 부족과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제 경험상 이 상태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딱 하나였습니다.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작게 부딪혀보는 것입니다.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사실 회피의 또 다른 형태입니다.

현실 직면 - 현실에 부딪혀야 꿈이 선명해진다

저는 1년을 채우고 그 일을 그만뒀을 때 해방감이 왔습니다. 그 감정이 오히려 확신을 줬습니다. 이건 아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따로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낀 거였습니다. 안락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꿈과, 실제로 부딪혀보고 나서 선명해지는 꿈은 다릅니다.

현실에서의 마찰을 경험하는 것은 단순히 고생을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뇌가 현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따뜻한 방 안에서 상상만 하면 장밋빛 시나리오가 점점 비현실적으로 커지는 반면, 실제로 부딪혀보면 어디서 저항이 생기는지, 내가 진짜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데이터가 쌓입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실천 단계에서 무너집니다.

목표를 작게 쪼개는 것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마라톤 완주가 목표인데 5km도 뛰어본 적 없는 상태에서 42.195km 대회에 등록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건 의지 부족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입니다. 제가 디저트 일을 준비하면서 했어야 할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큰 목표를 바라보기 전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한 걸음이 뭔지 찾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현실적인 접근법은 이렇습니다.

  1.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을 정한다 (과제를 학회 포스터로 발표해 보는 수준)
  2. 그 행동을 통해 어떤 감정이 오는지 관찰한다 (즐거운지, 고통스러운지)
  3. 즐거움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따라간다
  4. 고통이 느껴지더라도 그게 단순 회피인지, 정말 맞지 않는 것인지 구분한다

결국 지금 하고 싶은 게 없다면, 그건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1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다시 디저트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됐습니다. 그 실패가 없었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이 정도로 선명하게 알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면접에서 떨어지고, 원하지 않는 일을 1년 버티고, 그만두는 그 모든 과정이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지금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완벽한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장 작은 것부터 부딪혀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은 충돌이 쌓여야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꿈은 상상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넘어지고 일어서는 반복 안에서 선명해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S-VuhSi1i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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